물안경
물결의 방해가 심해
안쪽을 볼 수 없다
입술 양 끝을 잡아당겨 미소 지어도
마음은 드러나지 않는다
흐르는 빛을 손끝으로 퍼뜨려
물의 문으로 들어간다
첨벙 뛰어내릴 수 있겠니
팔을 뻗어
온몸을 멀리 보낸다
깊이를 몰라도
너에게 가는 길이 선명하다
돌멩이를 던지자
소리 나는 어디쯤 미래가 있다
씻자마자 바로 먹는 딸기는
껍질이 없어
번거롭지 않은 친구가 되고
구김살 펴진 오후
물과 눈이 마주치자
소문은 사라지고 풍경이 펼쳐진다
바위 뒤로 숨은 물고기
가라앉은 돌들
마음에 놓인 고통이 보인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부르면
비치볼이 구름 사이로 떠올라
마음을 잘 보려면
어떤 슬픔을 써야 될까
주향수 시인 2021년<시로여는세상>등단
사람의 마음을 보는 일이 꼭 물결치는 물 속을 바라보는 일 같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결로 보이지 않는 물 속을 두려워 하면 안된다. 화자는 담담하게 말하면서 그 일을 행동으로 이행한다. 소문, 풍경, 고통, 슬픔 등 다소 추상적인 단어가 시에 사용 되고 있음에도 크게 걸리지 않고 읽히는 이유는 화자의 말하는 방식, 그리고 추상적인 단어를 받춰주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화자의 목소리가 화자의 상태를 보여준다. 화자를 상상하게 한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화자. 그리고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화자처럼 느껴진다. 더이상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이는 화자. 마지막 "마음을 잘 보려면 어떤 슬픔을 써야 할까" 하고 자기 자신에게 또는 타인에게 말하는 이중적인 질문을 통해 그 용기를 들어 낸다. 타인에게 가까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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