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x250 시집5 [좋은시, 시집, 시집추천, 시인추천, 시추천, 문예창작] 2025년 1월호 웹진 문장 시인 김도 「침묵의 주문서」 침묵의 주문서 김도 지금침묵이 온다.달이 지나면 없을 팝업 스토어 세 개의음악이 섞이는 골목길을밀려가고 밀려오는 각양각색 인간의 파도를 따라걷듯이 구르는 자동차의활짝 열린 창문. 지글지글 끓는베이스. 뿜어져 나오는다소 동물적인 욕망으로헐떡대는 노랫말만 골라서외고 외치는 힙합 아티스트가 밥을 다 먹고입을 헹군 물도 삼키고다시 이빨에 끼우는이빨 모양 금붙이의 반짝반짝.있을까요? 물어본다. 그럼끄덕인다. 무조건 다행이에요. 침묵은흐뭇하다. 또 올게요다음에 다시 침묵은 온다.예식장의 벨루체 홀과르네상스 홀의 하객이 식사하는 뷔페스테이크 철판 담당 직원을 마주하고선 채로 굳어 버린 두툼한 사내 때문인지유독 느긋하게 익는 여러 소의 살점들은많이 죽었다. 죽은 것처럼 보이지도 않게 분명하게 살아 있다는 이유로.. 2025. 1. 13. [좋은시 시집추천 시인추천 시추천 좋은시집 문예창작 문학]2024년 12월호 웹진 문장 조성래 시인 「나의 갈색 골덴 점퍼」 나의 갈색 골덴 점퍼 조성래 1나의 갈색 골덴 점퍼는 햇살을 막아 주느라 고시원 창문에 1년 동안 걸려 있었습니다 밤일을 하고 돌아와 잠을 청할 때 얼굴로 들이치는 빛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나보다 커다란 등으로 해를 가려 주던 나의 갈색 골덴 점퍼 봄과 여름과 가을이 지자는 동안 그것은 커튼이었습니다 서울은 추웠고 서울은 밝았습니다 겨울에는 낙향을 결심하고서 나의 갈색 골덴 점퍼를 창틀에서 떼어 냈습니다 등 부분에 세로로 길게 색이 바랜 부분 있었습니다 어쩌면 나의 1년은 무색무취 강서구의 찬 공기와 같은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옅은 레몬색의 그 무늬는 합정과 홍대 어느 구제 숍에서도 볼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이었습니다 이후로 나의 갈색 골덴 점퍼는 나의 특별한 갈색 골덴 점퍼가 되었습니다 나.. 2024. 12. 9. [좋은시, 시집, 시집추천, 시인추천, 시추천, 문학잡지] 웹진 비유 2024년 06월 05일 67호 시부문 시인 황인찬 「고백 이야기」 고백 이야기 황인찬 말할 수 없어요 그게 뭔지 알지만 말할 수가 없어요 비가 오고 해가 뜨고 사람들은 우산을 접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그러나 말 할 수 없어요 말해서는 안 돼요 창틀에 앉은 죽음이 할머니를 부르고 있고 너무 많은 새들이 동시에 울기 시작하고 말할 수도 없어요 말도 다 못해요 떨어트린 휴지가 데굴데굴 굴러가고 그걸 다시 감아도 한참 헐겁고 말해진 건 없어요 말은 다 했어요 바깥은 이토록 해가 빛나고 화장실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말할 수는 없어요 꺼내달라는 말 외에는 할말이 없어요 문밖에는 사람이 지나다니고 아무도 노크를 하지 않고 그러니 말할 수 없어요 물이 차올라서 입을 열 수 없어요 죽어가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당분간 안전하고 그렇게 말할 수가 없어요 모두 다 맞는 .. 2024. 12. 5. [좋은시, 시집추천, 시인추천, 시추천, 시, 문학, 문예창작] 최호일 시인 「바나나의 웃음」 바나나의 웃음 최호일 바나나를 오전과 오후로 나눈다바나나를 밤과 낮으로 나눈다바나나를 동쪽과 서쪽으로, 만남과 사소한 이별로, 여자의 저녁과 남자로나눈다바나나로 세계를 나눈다불안해지는 바나나드디어 생선이 되는 바나나왼쪽 바나나가 사라지바나나의 미래가 사라졌다아 바나나 하고 웃는 바나나바나나네가 있는 곳을 알려 최호일 시인 「바나나의 웃음」, 시집 『바나나의 웃음』 中 2014년 문예중앙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아는 것을 인식이라고 한다. 사람은 인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그것이 진리인 듯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알고보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사물에 대해 도통 모를 때가 더 많다. 최호일 시인의 바나나의 웃음을 읽으면서 사물을 바라보는 인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기의.. 2024. 11. 27. 이전 1 2 다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