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x250 시집추천5 [좋은시, 시집추천, 시인추천, 문학동네, 좋은시집] 2023년 여름 문학동네 「묘향산」 임유영 시인 묘향산 임유영 묘향산은 신묘한 향기가 나는 산이란 뜻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그 이름은 불교 경전 중 하나인 「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 속 '기향奇香'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채와 약초가 많이 나고 특히 향나무와 사철나무가 많아 지어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나는 그런 경전은 모르고 묘향산에 가보지도 못했고 갈 수도 없지만, 그 산에서 좋은 향기가 나리라 짐작한다. 나는 살아 있는 향나무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오래전 할머니의 손님이 금산 보리암에 다녀온 기념 선물로 향나무 염주를 사 오신 일이 있었다. 거봉처럼 커다란 향나무 구슬은 향을 유지하기 위해선지 표면은 아무 칠 없이 사포질만 된 모습. 그게 진짜 향나무로 만든 것인지, 다른 나무 구슬에 향나무 향기를 입힌 것인지, 그 향기마저 향나무.. 2025. 2. 15. [좋은시, 시집추천, 시인추천, 신춘문예, 시집, 문예창작] 문학동네시인선 173 『엔딩과 랜딩』 中 「당신의 주방」 이원석 시 당신의 주방 이원석 드디어 밝혀졌습니다당신의 요리에 나는 참여하지 못하고왜 너는 썩지도 않을 물건에 마음을 주었을까 그게 제일 아픈 부분어떻게 하지 영원히 붙잡혀버렸어네가 화낼까봐 눈치를 보게 될 거야썩어버리는 가벼운 것에 모든 것을 걸 수는 없겠지만 두려워 말라 당신은 가끔 내게 거짓을 말해때론 없는 말로 때론 비틀린 진실로울음이 비치는 거울의 환한 미소로네가 아름답게 지어놓은 성 안에 나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울어도 들리지 않아주인은 단단한 돌과 촘촘한 흙으로 성을 쌓고종은 까말고 얇은 비닐봉지에 담겨 있다나를 들고 가세요싸게 내다팔아도 당신이 가져다 귀하게 써주세요당신은 차고 단단한 찻잔 옆에 나를 놓아둔다오래도록 들여다보지 않는 비닐봉지 속에서참을성 있게 앉아 있다 가만히 가만히주문을 외우며.. 2025. 2. 7. [좋은시, 시집, 시집추천, 시인추천, 시추천, 문예창작] 2025년 1월호 웹진 문장 시인 김도 「침묵의 주문서」 침묵의 주문서 김도 지금침묵이 온다.달이 지나면 없을 팝업 스토어 세 개의음악이 섞이는 골목길을밀려가고 밀려오는 각양각색 인간의 파도를 따라걷듯이 구르는 자동차의활짝 열린 창문. 지글지글 끓는베이스. 뿜어져 나오는다소 동물적인 욕망으로헐떡대는 노랫말만 골라서외고 외치는 힙합 아티스트가 밥을 다 먹고입을 헹군 물도 삼키고다시 이빨에 끼우는이빨 모양 금붙이의 반짝반짝.있을까요? 물어본다. 그럼끄덕인다. 무조건 다행이에요. 침묵은흐뭇하다. 또 올게요다음에 다시 침묵은 온다.예식장의 벨루체 홀과르네상스 홀의 하객이 식사하는 뷔페스테이크 철판 담당 직원을 마주하고선 채로 굳어 버린 두툼한 사내 때문인지유독 느긋하게 익는 여러 소의 살점들은많이 죽었다. 죽은 것처럼 보이지도 않게 분명하게 살아 있다는 이유로.. 2025. 1. 13. [좋은시 시집추천 시인추천 시추천 좋은시집 문예창작 문학]2024년 12월호 웹진 문장 조성래 시인 「나의 갈색 골덴 점퍼」 나의 갈색 골덴 점퍼 조성래 1나의 갈색 골덴 점퍼는 햇살을 막아 주느라 고시원 창문에 1년 동안 걸려 있었습니다 밤일을 하고 돌아와 잠을 청할 때 얼굴로 들이치는 빛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나보다 커다란 등으로 해를 가려 주던 나의 갈색 골덴 점퍼 봄과 여름과 가을이 지자는 동안 그것은 커튼이었습니다 서울은 추웠고 서울은 밝았습니다 겨울에는 낙향을 결심하고서 나의 갈색 골덴 점퍼를 창틀에서 떼어 냈습니다 등 부분에 세로로 길게 색이 바랜 부분 있었습니다 어쩌면 나의 1년은 무색무취 강서구의 찬 공기와 같은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옅은 레몬색의 그 무늬는 합정과 홍대 어느 구제 숍에서도 볼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이었습니다 이후로 나의 갈색 골덴 점퍼는 나의 특별한 갈색 골덴 점퍼가 되었습니다 나.. 2024. 12. 9. 이전 1 2 다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