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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시집추천, 시인추천, 시, 시추천] 계간 <시산맥>2024년, 겨울호 시인 김언 「이유가 있을까?」 이유가 있을까?  김언  바람이 불고 나무가 생기다가 말았다생기다가 만 나무들이 자라면서 웃자라지 못하고그 자리 그대로 틀어박혀서 생기다가 만 모양 그대로바람을 맞는다. 바람이 심하다. 바람이 세고 바람이 거칠어서더 자라지는 못하고 웃자라는 것도 잊고능선을 장식하는데, 장식이랄 것도 없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데붙어 있는 모양새가 하도 나무 같지 않아서생기다가 만 것 같고 자라다가 포기한 것 같고죽다가도 포기한 것같이 말라붙어 있는 모양새가자꾸 눈길을 끄는데,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닌능선을 따라서 눈길을 떼고 싶어도 자꾸자꾸 나타나는데그 모양새가 하도 기가 막혀서 나무라고 부르려다가 말았다.질려버려서 나무가 되어버린 것 같다.김언 1998년 , 등단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 2024. 11. 27.
[좋은시, 시집추천, 시인추천, 시추천, 시, 문학, 문예창작] 최호일 시인 「바나나의 웃음」 바나나의 웃음 최호일 바나나를 오전과 오후로 나눈다바나나를 밤과 낮으로 나눈다바나나를 동쪽과 서쪽으로, 만남과 사소한 이별로, 여자의 저녁과 남자로나눈다바나나로 세계를 나눈다불안해지는 바나나드디어 생선이 되는 바나나왼쪽 바나나가 사라지바나나의 미래가 사라졌다아 바나나 하고 웃는 바나나바나나네가 있는 곳을 알려 최호일 시인 「바나나의 웃음」, 시집 『바나나의 웃음』 中 2014년 문예중앙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아는 것을 인식이라고 한다. 사람은 인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그것이 진리인 듯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알고보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사물에 대해 도통 모를 때가 더 많다. 최호일 시인의 바나나의 웃음을 읽으면서 사물을 바라보는 인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기의.. 2024. 11. 27.
[좋은시, 시집추천, 시인추천, 시추천] 2024년 8월 현대문학 임승유 「소꿉」 소꿉  임승유   각자 구해 온 거 갖고 여기서 만나 그런 말을 안 들었대도 나는 특별한 마음으로 도랑을 따라 걸었을 것이다. 눈을 크게 떠 축하하고 싶었던 건 그 애와의 만찬 어쩌면 하늘 아래 빛나는 것 있을까 싶어 다가가면 튀어나온 것반쯤은 숨겨진 그게 생각난다. 옆집엔 새벽마다 방귀를 크게 뀌는 어른과 하얗게 센 머리를 쪽진 어른과 그집 아들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사람 누구야? 누구? 왜 내가 아침에 지나가다가 보니까 마루에 앉아서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감싸고 무슨 통 같은 데서 하얀 크림을 듬뿍 떠서 얼굴에 바르던데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엄마는 거울 속으로 들어가버렸고 나는 탐난다. 오래 있어서 그 사람이통에 있는 크림을 다 써서 나한테 주면 좋을 텐데 흙은 안 담아야지. 계란꽃을 담으면 .. 2024.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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