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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좋은시,시집추천,시인추천] 창작과비평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직성」유수연 시인

by 꾸꾸(CuCu)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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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성

 

 

 

유수연

 

 

 

이런다고 풀릴 게 아니다

 

우리 영혼은 껍질에 둘러싸여 있고

너는 내가 잠들었을 때

 

내 비늘이 비비빅 하는 소리를 들었다

 

가슴에 얼굴을 얹는 건 진부하지만 따듯한 온도다

 

비비빅은 어떤 소리일까

 

혹시 공감각적 심상이니?

물어보려 하니 너는 언제나 잠들어 있다

 

이런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아슬아슬하다, 정말 그렇지 않니?

언제 엄마가 들이닥칠지 몰라 내가 오면 말이야

걸쇠를 꼭 걸어둬 숨을 시간을 벌어야 할 거 아냐

 

새로 우리가 집을 구했지만 우리의 집이지만

도망치면 들킬 수밖에 없었다

 

도망치면 들킨다

도망치면 들킨다

 

이런 생각이 풀리지 않게 되었을 때

망치가 닳기 시작했다

 

 

2023 창작과비평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직성」유수연 시인

 

 

 

비비빅은 어떤 소리일까. 감각은 중요할까. 공감각적 심상은 중요할까? 질문을 남기고 피하고 도망가는 것은 가능할까. 직성이 풀린다는 말이 있다. 타고난 운명, 타고난 성질이나 성미. 화자는 생각을 멈출 수 없나보다. 망치가 닳는다. 망치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화자는 도망치면서 동시에 도망치지 않는다. 들키기 위해서 도망치는 걸까. 시집의 첫 시. 그리고 흥미롭고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시들을 너무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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