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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채굴
/ 김겨리
염전이 바다를 가둬 놓고 햇빛이 탁란한 알들을 포란하고 있다
수평선이 해풍을 물어다 먹이는 물의 종족,
간만의 차로 태몽을 꾼 뒤라야 옥양목빛 결정체로 부화된다
몽고점이 흰 것은 바다의 후예라는 증표
늙은 염부가 사금에서 간수를 뺀 소금을 캐고 있다
가계를 직조하는 고무래질마다 드러나는 가문의 뼈대
햇빛을 담았다 펴냈다 하는 것은
부력을 증발시켜 바람을 채로 거르는 일,
달빛 처마에 걸린 거미줄이 해풍을 클래식처럼 엮는 밤
혼자 배부른 달의 헛구역질이 심상찮다
어둠은 격자무늬로 뼈가 촘촘해지고
중력을 겉돌며 달이 물질하는 것은 태양이 뜨는 각도를 지켜보는 일
염전이 타틀어갈수록 바다의 육질을 더 단단해지고
염부의 마른 입술이 해수면의 필체로 밀물과 썰물의 행간이 될 때
수평선에 묶인 목줄을 풀고 원 없이 컹컹 짖는 바다를 본다
만삭인 염전의 산기로 바다의 포궁이 열릴 즈음
수평선으로 한 올 한 올 엮은 후릿그물을 힘껏 당긴다
퍼덕거리는 하얀 지느러미, 묵직한 손맛
쓸어 담은 삼태기에 발류한 갯것의 고딕체가 가득하다
햇빛의 골조로 낚은 천일염이 뻐끔거린다
낡고 오래되어 허물어질 듯 위태로운 소금 창고에
벽돌을 쌓듯 한 장 한 장 쌓아 올린 흰 월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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