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시, 시집추천, 시인추천, 문학동네, 좋은시집] 2023년 여름 문학동네 「묘향산」 임유영 시인

by 꾸꾸(CuCu) 2025. 2. 15.
300x250

묘향산
 
 

임유영

 
 
묘향산은 신묘한 향기가 나는 산이란 뜻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그 이름은 불교 경전 중 하나인 「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 속 '기향奇香'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채와 약초가 많이 나고 특히 향나무와 사철나무가 많아 지어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나는 그런 경전은 모르고 묘향산에 가보지도 못했고 갈 수도 없지만, 그 산에서 좋은 향기가 나리라 짐작한다. 나는 살아 있는 향나무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오래전 할머니의 손님이 금산 보리암에 다녀온 기념 선물로 향나무 염주를 사 오신 일이 있었다. 거봉처럼 커다란 향나무 구슬은 향을 유지하기 위해선지 표면은 아무 칠 없이 사포질만 된 모습. 그게 진짜 향나무로 만든 것인지, 다른 나무 구슬에 향나무 향기를 입힌 것인지, 그 향기마저 향나무 향기였는지 향나무 향기를 흉내 낸 가짜 향나무 향기였는지 나는 모른다. 향나무 염주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향나무는 남해에서 많이 나니까 보리암에서 향나무 염주를 팔았을 법도 하다. 그런데 묘향산은 냉대림대에 속한다. 그러니 묘향산에 많다는 향나무가 남해에 많은 향나무와 같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사진으로 보는 묘향산은 울창하다. 이 산에도 산불은 났을 텐데, 그때 어떤 냄새가 났을까? 의외로 산불은 대부분 자연발화가 원인이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묘향산과 묘향산의 산불과 나무와 풀과 꽃이 타는 냄새와 그을린 바위와 희고 검은 연기를 상상하더라도 예전보다 죄책감을 적게 느낀다. 그렇다라도 묘향산에 불이 나지 않기 바란다. 숭례문이 타버렸을 때 내가 본 것은 오직 불타는 숭례문뿐이었기 때문이다.
 


임유영 시인 2020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임유영의 시 「묘향산」을 읽고 내가 진짜 알고 있는 것이 내가 진짜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묘향산의 간단한 구조를 보면 묘향산의 이름에 대한 유래와 정보 → 정보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 → 심리적인 내적 변화 → 직접 본 경험과 현실 또는 실재. 시를 굳이 이렇게 나눠서 볼 필요는 없지만 설명을 위해 조금 나눠 봤다. 
 
우선 정보에 대해 생각해 봤다. 가보지도 못하고 갈 수도 없는 곳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 예를들면 모나리자. 모나리자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모나리자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그건 진짜 알고 있는 것일까. 조금 깊이 들어가보면, 예를들어 '젓가락'을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젓가락'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간단해 보이면서 간단하지 않다. 젓가락의 뜻은 '음식을 집어 먹거나, 물건을 집는 데 쓰는 기구. 한 쌍의 가늘고 짤막한 나무나 쇠붙이 따위로 만듬.' (네이버사전)정도 이다. 그렇다면 이게 정말 젓가락인가. 그렇다면 나뭇가지 두 개로 음식을 집으면 젓가락이 된다. 그리고 땅에 버리면 다시 나뭇가지가 되거나 또는 음식이 묻은 쓰레기가 되는 건가? 젓가락은 무엇인가. 한 번 더 생각할거리다. 그렇다면 묘향산은 정말 향기나는 산일까.
 
정보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에서 화자는 모른다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건 젓가락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지각한다. 하지만 그 지각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사람이 할 수 있는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잘 모른다.', '그것에 대해 알 수 없다.'  그래서 화자는 염주까지 의심한다. 그게 진짜 향나무로 만든 건지, 다른 나무 구슬에 향나무 향기를 입힌 건지, 그 향기마저 향나무 향기 였는지, 향나무 향기를 흉내 낸 가짜 향나무 향기인지. 그 대답에 누군가는 이렇다 저렇다 답해 줄 수도 있지만 그게 정말 답이 맞을까. 나에게는 "무엇"이냐에 대한 답은 결국 "아직 모른다"로 귀결 되는 거 같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건 그게 진짜이던 가짜이던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결국 내가 인식하고 지각하는 게 진짜라고 믿는 세상에서 그게 진짜냐 가짜냐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그렇지만 화자는 계속 나아간다. 사진으로 울창한 묘향산을 보고 산불을 떠올린다. 산불의 원인이 자연발화가 대부분이라는 말에 화자는 죄책감을 적게 느낀다. 죄책감, 어떤 죄책감? 인간의 인식과 지각이 닿지 않은 자연적인 현상? 젓가락이 젓가락이기 전에, 사람이 아직 부르기 전의 실재적인것? 사람이 불을 지르지 않고 산이 저절로 불타는 것에 대한 안도? 결국 불이 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 아닌, 사람이 그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 
 
그렇다면 숭례문은? 그건 화자가 직접 본 것, 사실, 현실, 불타는 숭례문, 사람이 저지르는 일. 방화. 전에 한 번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인류가 딱 100년만 사라지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
 
어쩌다보니 사람이 다시 존재 이전의 존재로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묘향산은 신묘한 향기가 나는 산이란 뜻에서 시작 되어 향나무 → 염주 → 산불 → 숭례문을 보면 향나무 염주 산불까지는 냄새와 관련 된 감각으로 이끌어 오다가 마지막 숭례문에서는 시각의 이미지로 변하는 부분에서 상상의 영역에서 현실세계의 영역으로 넘어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각에서 시각으로 넘어 올때, 어떤 힘을 느꼈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300x250

댓글